주변 작은 생명들 이야기 "나는 사랑입니다" 안투지배(眼透紙背)

원글은 2012.07.04 08:14 에 작성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이다.

그들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비열함, 복수, 잔인함 같은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당당함, 진지함, 사랑스러움, 슬픔, 애절함 같은 감정들만이 느껴진다.

나를 알고 있는 녀석들뿐 아니라, 어느 골목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는 녀석들의 눈도 마찬가지다....

 

읽기 어렵지도, 아주 두껍지도 않은데 빠르게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다.

명치 끝 어딘가가 따끔거리고, 가끔은 쉼 호흡도 필요하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심지어 가족들도)이 있으면 쉽게 읽지 못한다.

내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을 들킬까 두려워서다.

 

어린 시절 나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았고, 우리 가족은 조그만 마당과 창고 건물의 옥상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다.

3층 빌라나 5층짜리 아파트 단지가 이제 겨우 한두개 들어선 시절 이야기다.

 

내가 꼬맹이 시절, 대략 대여섯살 되었을즈음인가.

우리집엔 커다란 백구 한마리가 있었다. 아마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님뻘 되는 녀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백구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는 파편화된 기억으로 남아 가끔씩 떠올랐지만,

녀석과의 이별 순간은 기억 저편 깊숙히에 가라 앉아 생각나지 않았었다. 이책을 읽기 전까지.

녀석은 평소와 다르게 뒷마당 구석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헐덕 거렸고,

어른들은 소금을 물에 녹여 녀석에게 먹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녁석이 삼켜버린 쥐약을 다시 토해놓게 하기 위해서...

 

그땐 왜그리도 쥐가 많았는지..

그리고 골목 골목 쥐를 유혹하는 쥐약들이 많았는지...

 

녀석은 그렇게 우리가족과 이별을 고했다. 그게 내가 경험한 첫 죽음이었다.

그 뒤는 기억나지 않는다.

영혼이 빠져나간 녀석의 몸뚱이를 어느 야산의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 묻었는지, 어쨌는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존중 받아야 한다.

생명의 무게의 경중이 없다.

그들은 또다른 나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곤충이건, 나무나 풀들이건.... 모두 한순간 이곳의 조그만 공간을 빌려

잠시 살다 가는 존재들이리라....

누가 더 잘나고, 똑똑하고, 힘이 있고는

광활한 우주의 공간과 시간 개념속에서는 겨자씨만도 못하다.

 

어느날,

어느 장소에서 낯선 그들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조금만 배려해 주자.

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또다른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자. 


덧글

댓글 입력 영역